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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70 호 [기자석] 편집장의 편지

  • 작성일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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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람

이해람 기자


올해『상명대학보』의 편집장이라는 직함을 받고, 그에 알맞은 책임을 처음 짊어졌을 때 학보를 읽는 독자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존‘기자석’자리를 빌려『상명대학보』의 지면을 채워나갈 사람으로서 학교와학보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이제야 2019학년도의 첫 신문이 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할 이야기들이 조금은 성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사회의 위기’라는 평가와 함께 ‘학보사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따라서 학보사의 정체성과 방향의 논의가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5월 리더십캠프 외유 논란이 ‘에브리타임’에서 쏟아져 나왔을 때 ‘교내 언론은 도대체 뭘 하느냐’는 게시물이 올라왔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 필자가 리더십캠프 외유 논란을 취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글은 취재의욕을 크게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학보사의 일원으로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독자들의 눈에는『상명대학보』가‘대학에서 언론은 무엇인가’라는 깊은 성찰이 보이지 않는 신문으로 보였다는 말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학사회는 분명한 위기를 맞이했다. 한국대학학회장이‘대학이 폐허가 되었다’고 말하는 등 대학 위기 담론은 2017년 필자가 처음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여러 대학 학보사는 물론 중앙언론의 기사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수많은 대학에서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하거나‘따뜻한 도서관’을 위해 교직원의 생계를 외면하는 등 학내 구성원들의 상생을 좇지 않고 있으며 문화를 선도하던 대학가 문화는 소멸해가고 있다. 과연 누가 대학을 ‘진리의 상아탑’‘, 청년문화의선구자’라고부를까.


학보사 또한 이러한 위기를 공유하고 있다. 대학사회 안에서 공생하는 학생과 학보는 큰 벽을 사이에 두고 있다. 만 명이 넘는 재학생 중 몇 명이나 학보를 읽을까. 캠퍼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가판대에는 예전에 배포된 이전 신문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짜장면 먹을 때라도 신문을 가져가줬으면 좋겠다”는 후배 기자의 한 마디에 학보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 위기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학보사가 질 높은 기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 간 학보사에 있으면서‘내가 과연 건강한 사명과 책임을 가지고 기자생활을 해왔을까’라고 되돌아본다면 남는 것은 부끄러움뿐일 것이다. 대학생의 시선으로 세상과 대학에 필요한 물음들이 학보에 녹아들어 있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두 번째는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소비형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이‘정보의 바다’가 되어 담론을 형성해나가고 있을 때 학보사는 함께하지 못했다. 지금 당장 페이스북의『상명대학보』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드문드문 올라오는 공지 글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대학에서 언론이 건강하게 기능하고 있는 학교들을 공통적으로 웹진과 SNS를 운영하고 있고, 기사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 한다. 이제야 웹진이 생긴『상명대학보』의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위기도 익숙해지면 일상이 된다. 위기를 반성했다면 이를 시정하는 것이 필요 단계이다. 먼저 기자들이 대학과 언론에 대한 깊은 고민을 기사에 담아내고, 이를 독자들에게 익숙한 공간에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존 종이신문에서 다루던 텍스트를 독자들의 수요에 맞출 수 있는 새로운 형식으로 전환하는 노력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는 사회적으로도, 우리 대학에도 큰 의미가 있는 해이다. 작년 68혁명 50주년에서, 올해 3.1운동 100주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입시제도의 변화, 대학교육 구조 개편 등 대학의 모습 또한 전국적으로 바뀌고있다. 우리 대학의 학생자치에 관해서는 서울캠퍼스에 3년 만에 총학생회가 들어섰다.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한 제2캠퍼스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학생은 변화를 논의하는 광장의 중심에서 벗어난 경험이 없다. 68혁명은 ‘대학생이 중심이 되었다’는 수식이 붙고, 3.1운동 또한 학생대표의 만세삼창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변화에 불을 붙인 것은 언론이었다.


침체되어가고 있는 대학사회를 공유하는 우리 대학은 이를 역행하듯 학생자치를 싹틔웠다. 이를 기점으로 대학문화가 활력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상명대학보』가 학내 구성원들의 광장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