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0 호 [이곳저곳] 대한민국 우정이 1884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정박물관
대한민국 우정이 1884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정박물관
▲ 우정박물관 (사진 촬영: 정소영 기자)
천안캠퍼스 주변에는 천안의 대표 관광지이자 박물관인 우정박물관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1884년 우정총국 설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우정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우정박물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정박물관은 1938년 현재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 별관에 체신박물관으로 개관하였다. 1945년 8월 체신국 청사로 이전하였으나 1950년 6·25전쟁으로 박물관이 소실되었다. 1972년 12월 종로구 견지동에 체신기념관을 개관하였고, 1985년 5월 1일 서울중앙우체국 신관 4, 5층으로 옮겨 우정박물관으로 개관하였다. 이후 2004년 2월 충청남도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 내로 재개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정박물관은 우정 역사관 제1전시실과 우정문화관 제2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우정문화관 내에는 손편지 전시실, 기증자료 전시관, 박물관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며 박물관 외부에는 우편 테마공원이 있다.
근대부터 현재까지 우정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우정 역사관, 제1전시실
전시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우정의 발달에 관련된 전시이다. 크게 근대 이전의 통신 및 통신 수단, 근대 통신의 도입, 현대통신으로의 발전을 소개하고 있다. 시대별 우역에 대해서도 안내되어 있는데 삼국시대의 우역(郵驛)에 대한 전시를 통해 우리나라 우역 제도에 관한 첫 기록을 볼 수 있다.우역은 신라·고려·조선 시대에 공문서의 전달, 관물(官物)의 운송, 공무를 띤 출장 관리의 숙박 편의 등을 위해 설치한 국가의 육상 통신 ·교통기관을 말한다. 이외에도 고려 시대의 우역, 조선 시대의 우역에 대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1880-1905, 1906-1945, 1946-1960, 1961-1980, 1981-2000, 2001-2010으로 나뉘어 있어 한국 우정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화했는지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1930년부터 현재 이용되고 있는 우체국 지도의 변천을 통해 집배 과정 및 이동 거리, 주요 기관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체국 지도는 철도, 항공, 선편, 인부 운송 등 전국의 우체국 간 우편물 운송 방법과 거리를 표시한 지도이다.
▲ 집배원 복장의 변천 (사진 촬영: 정소영 기자)
전시실 중간에는 집배원 복장의 변천에 대한 전시가 있다. 조선 시대 후기 사복 차림의 집배원부터 우리가 아는 현재 집배원까지, 복장의 변화를 보면서 우정의 역사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간판의 변천, 집배원의 변천, 우체국 상징의 변천, 우체통의 변천, 우체국 건물의 변천, 우표로 보는 우리나라의 역사 등에 대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제1전시실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 대한 제국 시대의 우편엽서, 실체봉투 등 과거에 실제로 사용되었던 물품들을 볼 수 있어 그 시대의 역사를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우정의 선구자, 홍영식
▲ 우정박물관 입구에 있는 홍영식 상 (사진 촬영: 정소영 기자)
1876년(고종 13년) 강화도 조약에 이어 1882년(고종 19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체결 등 문호를 개방하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근대적 우편제도의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이에 우리나라에 근대적 우편제도를 도입한 이는 홍영식 선생이었다. 그는 1881년(고종 18년)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1883년에는 부사 자격으로 일본과 미국을 시찰하고 돌아와 우편제도의 필요성을 고종황제에 진언했다. 이후에도 근대적 우편제도의 수립을 주도하여 1884년 4월 22일 우정총국을 설립하고 초대 총판이 된 근대 우편의 창시자이다. 이외에도 우정의 선구자에는 1887년 조선 전보총국 초대 총판으로 임명된 홍철주, 1900년 설립된 대한 제국 통신원의 초대 총판으로 임명된 민상호, 1876년 의금부 도사로 입사해 통신원 회판 등을 거쳐 총판에 임명된 장화식이 있으며 전시실에서 그들의 유품을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우정 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제2전시실
▲ 세계의 우체통 (사진 촬영: 정소영 기자)
제2전시실은 우편 업무에 대한 전시를 시작으로 포스터 넷, 인터넷 우체국, 우체국 국제 특별수송 EMS, 우체국 쇼핑, 인터넷 우표 서비스에 대해 알 수 있다. 제2전시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우정 문화를 볼 수 있는데, 캐나다, 브라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9개국의 집배원 유니폼과 우체통을 관찰할 수 있다.
요즘에는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데, 우표 수집은 우표를 어릴 때부터 소중히 간직해온 마음과 정성이 담긴 것이어서 금전적인 것 이상의 가치가 있으며, 폭넓은 교양과 지식을 얻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취미이다. 우표 수집을 통해 각 나라의 역사와 명승고적, 동식물, 예술, 문화, 기술 등 수많은 정보와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또한 국내외의 여러 우표 수집가와 상호 교류를 통해 우의와 친목을 도모할 수도 있다. ‘필라테리(philately)’는 우표 수집 취미를 뜻하는 말인데, 1864년 11월 3일 프랑스의 ‘엠 헬팽(M. George Herpin)’이라는 우표 수집가가 그리스어로 사랑한다는 뜻인 ‘philo’와 요금을 지불했다는 ‘Atelos’를 합쳐서 만든 합성어이다. 이처럼 우표 수집의 의미를 통해 우표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우체국에서는 맞춤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의 취향에 맞게 우표를 제작해 주는 나만의 우표와 우편엽서, 인터넷에서 원하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하면 예쁜 편지지에 인쇄하여 수신인에게 발송해주는 맞춤형 편지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우체통이 있는 우편 테마공원
▲ 우편열차 (사진 촬영: 정소영 기자)
우정박물관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 바로 옆에 있는 우편 테마공원에서 우편열차와 밀레니엄 우체통을 만나볼 수 있다. 우편열차는 1884년 10월 1일 우리나라 최초로 근대 우편 사업이 시작되면서 체전부(현재 집배원)가 우편 수레와 말을 이용해 우편물을 운송하다가 경부철도가 부설된 1904년 11월 1일부터 철도운송을 시작하게 된다. 철도운송은 우편물 운송 시간을 큰 폭으로 줄이는 계기가 되는데, 우편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데도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전국이 고속도로망으로 연결되고 주요 지역에 개국한 우편집중국을 통해 우편물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우편 운송도 열차 대신 자동차가 도맡게 되었다. 102년간 지속하였던 철도운송은 2006년에 폐지되었고, 한 세기가 넘게 우리들의 애환과 사랑을 싣고 다녔던 우편열차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열차 내부를 전시관으로 조성해 우편 테마공원에 역사 속의 우편열차를 전시하게 된다.
▲ 밀레니엄 우체통 (사진 촬영: 정소영 기자)
우편열차 옆에는 밀레니엄 우체통이 있다. 이 우체통은 현대백화점이 1999년 새천년 맞이 행사용으로 제작하여 정보통신부에 기증한 것으로 지금은 우편 테마공원에서 볼 수 있다. 이 우체통의 높이는 4m로 웬만한 농구선수 2명의 키를 합친 것보다 높아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우체통으로 2000년 2월에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밀레니엄 우체통은 전시용이 아니라 실제 사용되고 있는 우체통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재 우정교육원 교직원과 교육생, 관람객이 보내는 우편물을 접수하고 있다.
1884년 우정총국이 설립된 이후 2000년 7월 우정사업본부 출범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우정사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우리나라의 우정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궁금하다면 우정의 역사와 문화를 보러 우정박물관에 한번 가보는 것은 어떨까?
정소영 기자